[입점 기업의 가치 스토리 제4편]
신뢰, 공정, 다양성을 이야기하는 무역상
지구마을의 보부상, ㈜어스맨
우리는 매 순간 소비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소비하는 그 물건을 만든 이가 누구인지, 그가 어떤 마음으로 물건을 만들었는지, 또 그 물건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나에게 오는지 잘 알지 못한다. 먼 곳에 사는 따뜻한 이들이 정성스레 만든 물건을 제대로 전달하고 만드는 사람과 사람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교역을 실현하고 싶은 마음에서 어스맨의 공정무역은 시작됐다.
넉넉한 미소의 작은 반짝임을 알리기 위해
‘어스맨(Earth)’이라는 기업명은 흙(Earth)과 사람(Man)의 합성어이자, 지구사람을 의미하는 중의적인 표현이다. 조선 후기 전국을 다니며 물건을 전달하던 보부상을 모티프로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잇는 바른 무역을 의미한다. 옛날의 보부상이 물건뿐만 아니라 마을 사이의 소식을 전달하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했던 것처럼 어스맨은 지구마을 사이 다양한 삶의 형태와 물건을 전달하고 징검다리 역할을 하겠다는 기업 철학을 가지고 있다.
어스맨을 창업한 최희진 대표는 대학 때부터 사회적경제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었다. ‘엉덩이가 가벼울 때 시작해 보자’라는 생각으로 2011년에 태국, 라오스 등을 둘러보며 공정무역 현장을 확인했다. 마을 단위 수준의 공정무역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과포장된 것은 아닐까, 정말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공정무역이 그것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 알고 싶었기 대문이다.
마을에서 2달 동안 온갖 경조사를 따라다니며, 현지 공정무역 회사에서 인턴을 마친 최 대표는 인턴 기간이 끝나갈 때쯤에는 공정무역이 필요성을 더욱 깨달았다. “공정무역이 최선의 대안은 아닐지언정 다른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겠다”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분명히 마을의 어떤 가정은 공정무역이 도움이 되고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한국에 들어와 어스맨을 설립했다.
척박한 오지에서 발견한 공정무역의 힘
어스맨의 대표 상품인 건체리와 건살구는 파키스탄 훈자지역에서 재배한 것이다. 세계 3대 장수마을로도 유명한 이 마을은 과거부터 척박한 땅으로 유명했다. 지금은 파키스탄의 국가 영토이지만, 70년대 이전까지는 훈자왕국으로 900년 동안 자치적으로 존재했던 왕국이었다. 여름은 덥고 겨울은 혹한으로 척박한 자연환경인데다 인프라도 부족해 겨울에는 전기 공급이 어려웠다. 더욱이 공장도 없어 농사 외 경제적 수입을 얻을 곳도 마땅치 않았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주민들의 삶이 바뀌기 시작한 건 공정무역으로 건체리 등을 공급하면서부터다. 5천여 명의 훈자마을 농부들은 공정무역으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으면서 생활이 조금씩 개선되어갔다. 그리고 이렇게 생산되는 제품들은 어스맨을 통해 국내에 수입되어 우리 소비자들에게 건강한 간식으로 잡아가고 있다.
생산자들의 스토리를 보는 재미
어스맨의 판매 수익금은 파키스탄 지역사회로 환원된다. 학교 설립, 극빈층 아이들을 위한 장학금, 여성 직업훈련센터의 재봉틀과 직물 구입비, 수도탱크 지붕 만들기, 300그루의 과수 묘목 생산 등에 사용된다.
어스맨은 이러한 스토리를 소비자에 흥미롭게 전달한다. 건과일 제품의 포장지 뒷면에는 생산자들의 이야기가 스토리텔링되어 상품에 대한 매력도를 높인다. 고객들은 자연스럽게 가치소비를 한다는 자부심과 함께 청청한 지역의 생산물에 대한 신뢰도 함께 얻고 있다.
자연 그대로의 맛을 담다
어스맨의 건과일은 자연농법으로 재배되어, 인공색소나 방부제와 같은 그 어떤 첨가물도 사용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맛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건살구, 건체리에 이어 올해 초에는 건바나나, 건파인애플 2종을 추가로 내놓으며 제품 다양화를 꾀했다. 건살구, 건체리를 출시한 지 3년 만이다. 최희진 대표는 “제품의 완성도에서부터 상품에 담겨있는 스토리까지, 우리가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을 정도로 꼼꼼하게 준비하다 보니 새로운 상품을 내놓는데 더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어스맨의 또 하나의 대표 상품인 포레스트 티는 ‘일상 속의 작은 힐링’이라는 모티프로 만들어진 블렌딩 티다. 좋은 차는 건강한 땅에서 시작된다는 원칙으로 하나의 작물만을 재배하는 농장이 아닌, 숲의 원형을 복원한 포레스트 가든에서 재배된다.
자연 그대로를 살리고자 노력한 포레스트 티는 대중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맛과 향이 잘 우러나고 블렌딩 티의 다양한 맛이 섬세하게 느껴진다는 평가다. 이는 입체적인 구조의 피라미드 형식의 티백을 만든 어스맨만의 노하우로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생분해성 티백은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하지 않고 폐기 시 바로 분해가 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최희진 대표는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며 사는 삶을 꿈꾼다. 예전에는 라오스의 한 가정이라도 변화를 만들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조금 더 욕심을 내어 더 많은 사람이 변하기를 꿈꾼다. 공정무역을 하면서 생존능력을 키우고, 자신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된 후로 삶에 대한 태도가 변한 것처럼, 어스맨의 채널과 연결되어 있는 생산자와 소비자들의 삶도 어제보다 더 웃고 더 나아지기를 꿈꾸며 어스맨은 오늘도 지구마을을 옮겨 다니고 있다.